연출: 김종관
출연: 윤계상 정유미 신수진 윤희석 오창석 장서원 염보라 김효서
개인적으로 난 뜸들이기 감수성의 열렬 팬이다. 스크린을 양 옆으로 팽팽하게 늘렸다가 (끊어질듯 말듯 조마조마한 상태까지) 핑하고 놓을 때 용수철처럼 부딪혀서 모양이 흐트러지는 걸 보며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성 말이다. 느리고 무겁고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신중한 그런 영화를 인내하면서 본다. 그런 의미에서 조금 더 가까이의 찰랑거리고 나긋나긋한 맛은 내 식욕에 걸맞을 것 같으면서도 심기를 건드리는 맹랑함을 보여준다. 이것은 다분히 남성중심적인 영화이다. 은희를 제외한 다른 여자들은 뭘 했나 싶다; 단순히 남자의 계몽 길잡이 또는 심심풀이땅콩 대화 메이트로 존재하는 것에 만족이라도 하는 건가. 물론 세연의 절절한 백치미에 서려있는 배려있는 눈빛을 영특함이라 해석할 수 도 있겠고 홍대 여신 요조님의 시종일관 뚱한 무표정도 사랑에 대한 깊은 회의를 표하는 하나의 심볼로 읽을 수도 있다만, 그런 중후한 상징을 부여하기에는 표현이 가다 힘들어서 그만 간 느낌이기 때문에 그냥 하자로 치부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. 그럼에도 불구하도 이 영화가 괜찮은 이유는, 사랑에 대한 청춘남녀의 고찰이 1시간 47분간 더디고 느리게 진행되어도 관객은 영화를 내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당당함 때문이다. 어쨌든 조금씩 천천히 맞음.